중동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지역으로, 수많은 문화재와 유산이 존재합니다.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문명과 종교, 예술의 중심지였으며, 이를 반영하는 독특하고 가치 있는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이라크의 바빌론 유적,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다인 살리 유적을 중심으로 각국의 대표 문화재를 살펴보고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조명합니다.
이란의 고대 유산, 페르세폴리스
페르세폴리스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로, 이란 남부 파르스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원전 518년경 다리우스 1세에 의해 착공되어 크세르크세스 1세와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에 의해 완공된 이 궁전 유적은 아케메네스 왕조의 권력과 웅장함을 상징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페르세폴리스는 고대 건축, 예술, 정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페르세폴리스의 주요 특징은 테라스형 구조, 정교하게 조각된 부조, 석재 계단과 궁전 복합체로 구성된 건축 양식입니다. 특히 '아파다나'라 불리는 왕의 알현실은 기둥 하나하나가 동물 형상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제국 전역에서 조공을 들고 오는 사절단을 묘사한 부조가 당시의 국제적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침공으로 불에 타 파괴되었지만, 남은 구조물과 조각만으로도 그 웅장함과 예술적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인들에게 역사적 자긍심의 상징이자, 고대 페르시아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유산입니다.
이라크 문명의 보고, 바빌론 유적
바빌론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로, 이라크 힐라 근처에 위치한 고대 도시입니다. 함무라비 법전, 바벨탑, 이슈타르문 등 수많은 역사적 상징물이 이 도시와 관련되어 있으며, 기원전 18세기부터 기원후 6세기까지 정치·종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빌론 유적은 인간 문명의 시초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바빌론의 유적은 이슈타르문, 마르둑 신전, 왕궁 유적, 고대 도로 및 성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이슈타르문은 벽돌에 청색 유약을 바르고 황소와 용 문양을 입힌 뛰어난 예술적 장식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고대 기록에 따르면 바벨탑과 공중정원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일부로 여겨졌으며, 실제 발견 여부를 떠나 인류의 상상력과 문화적 유산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최근 이라크 정부와 국제기구는 바빌론 유적의 복원과 보존에 힘쓰고 있으며, 전쟁과 침탈의 아픔 속에서도 이 유적은 중동 문명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숨은 보물, 마다인 살리
마다인 살리(히즈르 유적)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알울라 지역에 위치한 고대 도시 유적으로, 나바테아 왕국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입니다.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 사이에 형성된 이 유적은 페트라(요르단)와 함께 나바테아 문화의 번영을 보여주는 주요 유산으로,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사암 절벽에 조각된 무덤들입니다. 총 100여 개의 암석무덤은 정교한 입면과 그리스, 로마적 요소가 융합된 양식을 보여주며, 나바테아인의 예술성과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쿠스르 알파리드'(고립된 궁전)라는 이름의 대형 무덤은 단일 암석을 조각해 만든 것으로 그 규모와 세밀함에서 압도적인 인상을 줍니다. 마다인 살리는 과거 이슬람 전통에서 ‘금기 지역’으로 여겨져 오랫동안 접근이 제한됐으나, 최근 관광 개방 정책에 따라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공개되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 유적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 관광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이 유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적 정체성과 세계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결론: 고대의 숨결과 오늘날의 가치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이라크의 바빌론,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다인 살리는 각각 고대 제국과 문명의 중심지로서, 인류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상징합니다. 이들 문화재는 단순한 유적이 아닌, 역사와 예술, 정치와 종교가 얽힌 복합적 유산으로, 오늘날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동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이 유산들을 지키고 보존하는 노력은 인류 공통의 과제이며, 앞으로도 그 역사적 의미는 더욱 빛날 것입니다. 여행이나 연구를 통해 이 문화재를 직접 접해본다면, 인류 문명의 원형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